NORTHERN CITIES

NORTHERN CITIES아트래블 편집부 동그란 지구의 북쪽 꼭지점에 가까운 나라들을 북극권 국가라 부른다. 지구의 빛과 어둠이 경계를 이루는 곳. 일년에 절반은 하얗고, 절반은 검은 그 지역에 차려진 삶들의 서사 역시 명과 암을 함께 가지고 있다. 북위 66도33분 북극권의 경계선 언저리를 여행하기로 했다. 빛으로 계절을 짓는 도시로. 날씨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럼, 15분만 기다려봐! 아이슬란드 속담 북위 64° 6'고래와 요정 레이캬비크ㅣ아이슬란드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세계에선 전설이나 신화와 같은 서사가 탄생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신화가 그리스·로마신화다. 전갈이 오리온을 추격하고 있다는 이야기. 이런 서사는 까마득한 밤하늘 위에 뜬 별의 규칙성을 보며 지어졌다. 인간은 언제나 얻지 못하는것에 대해 동경을 품는다. 그러니 척박한 땅일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진, 화산, 빙하,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인간이 살기엔 척박한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 엘프와 트롤 같은 존재들이 많이 사는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북위 64도6분.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의 수도다. 9세기 스칸디나비아 사람인 아르나르손이 처음 정착해 생긴 도시라고 알려져 있는 곳. 땅을 경작해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도시다. 대부분 어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어부들이 살고 있다. 여느 북극권 도시들처럼 겨울이 워낙 길어 어업환경도 그리 좋지 않았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해 고안한 음식이 삭힌 고래고기나, 절인 상어고기다. 한 겨울이면 여름에 장만해 놓은 고래고기를 먹으며 무엇을 할까. 아마도 레이캬비크 사람들은 고래고기와 함께 이야기를 지어 나누며 길고 추운 밤을 보냈던 것 같다. 북극여우의 전설이나, 엘프, 트롤에 관련된 민담이 레이캬비크에 무수한 것을 보면 말이다. 엘프는 북유럽과 게르만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요정이다. 마법을 부리는 아름답고 예민한 존재. 레이캬비크의 엘프는 보편적인 엘프와는 또 다르다. 뭐랄까. 다른 지역 엘프에 비해 인간과 조금 더 닮은 존재라고 할까. 레이캬비크 곳곳에 있는 바위나, 절벽에 살며 사람과 비슷한 생활을 한다. 가축을 키우거나, 고기잡이를 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일요일에 교회도 간다. 가끔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내는데, 새해 전날 밤에 주로 등장한다고. 다만, 레이캬비크의 엘프들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 그 시간을 방해하면 크게 복수를 한다. 레이카비크 민담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엘프가 인간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많다. 성격이 그리 좋은 엘프는 아니다. 레이캬비크의 사람들은 엘프가 사는 돌을 마법의 돌이라 부른다. 웬만하면 마법의 돌을 건드리지 않는데, 단순히 웃자고 하는 말은 아니다. 2015년도에 가울가흐라운 용암 대지를 가로지르는 도로 건설 계획을 세웠는데, 그곳에서 공사하던 인부들이 사고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이 용암대지를 우회해서 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최근 아이슬란드 정부의 여론조사 결과 아이슬란드인의 55%가 엘프의 존재를 긍정한다고 답했다. 레이캬비크의 길고 길었던 어느 겨울 밤. 그날 밤 고래고기를 먹으며 지어진 엘프의 이야기는 여전히 레이캬비크에서 진행중이다. 이 인생의 반려는 다름아닌, 두툼하게 솜을 두고 닳지 않는 튼튼한 안감을 댄 바로 그 외투였다. 고골 「외투」중에서 북위 59° 57'긴 겨울과 문학의 관계 상트페테르부르크ㅣ러시아 은유적인 말로 문학가는 응당 추워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은 진짜 추운 날씨라는 의미로 이 말을 하진 않는다. 그러나 어쩌면 추위와 문학이 모종의 상관관계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러시아 북쪽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문학을 이어간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이 그랬다.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는 도시. 이 도시에서 지어진 작품들만 늘어놓아도 러시아 문학의 뼈대를 모두 세울 수 있을 정도다. 북위 59도57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화려한 도시다. 러시아의 힘이 가장 강력했던 시절 차르 표트르 대제가 설립했다. 사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돈으로 만들어진 도시다. 18세기 표트르 1세는 유럽의 문화를 돈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유물을 사들였으며, 서유럽의 멋진 도시를 본 따 도시의 건물을 세웠다. 도시가 발전하고 화려해지자 사람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몰려들었다. 지금으로 치면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선 것이다. 이 멋진 도시로 다양한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문인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상경했다. 도시는 단숨에 러시아 문학의 중심이 됐다. 서유럽 문화예술의 중심이 파리였다면, 러시아 문화예술의 중심은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19세기는 러시아 문학의 전성기였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고골, 체호프, 푸쉬킨. 그 시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활동했던 문학인들은 이름만으로도 벅찬 사람들 투성이다. 러시아 문학의 시작이라 불리는 푸쉬킨부터 완성자라 불리는 고골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문학이 열리고 완성된 도시다. 19세기 문학인들의 작품으로 대변되는 러시아 문학은 하나의 특징이 있다.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며 지극히 사실적이라는 것. 집요하게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묘사한 도스토예프스키나, 적나라하게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고자 했던 체호프, 사회를 향해 날 선 칼날을 겨눈 고골. 낭만보단 현실에 대한 냉소가 가득한 작가들뿐이다. 이들이 따듯한 남쪽 나라에서 글을 썼어도 이렇게 냉소적이었을까. 그냥 상상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길고 추운 겨울이 러시아 문학사에 한 몫 한 것은 아닐까. 문학인은 추워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따듯한 문학을 쓰면 그만이니. 다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추위가 러시아 문학을 만들었다는 말을 긍정할 뿐이다. 얼음이 깨질 때 비로소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알게 된다. 이누이트 속담 북위 83° 6'하얀 곰과 늑대의 섬 엘즈미어 섬ㅣ캐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지역에 살고 있다. 인공적으로 도시를 만들어 살아가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지구 곳곳에는 아직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땅들이 있다. 이를테면, 소수 민족만 살아가는 아마존의 정글이나, 라오스의 산맥 같은 곳들. 도시처럼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땅에 사는 사람들은 그 지역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 때로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또 가끔은 멀리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북극점에 가까워질수록 그렇다. 온통 눈과 얼음인 세상은 인간에게 관대하지 않다. 북위 83도6분. 캐나다 북쪽의 섬 엘즈미어는 북극점에서 고작 770km 떨어진 곳이다. 세계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지만, 인구는 17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북극곰과 북극늑대의 개체수가 인구수보다 월등히 많은 곳. 본래는 북극권 원주민만 살던 섬이었다. 고대 이 섬의 원주민들은 곰을 포함한 동물들을 숭배했다. 그들은 이 땅의 주인이 야생동물들이라 생각했다. 생계를 위해 사냥을 해야했지만, 먹을 만큼만 사냥했다. 물론 사냥 후에 죽은 동물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때로는 곰이나 늑대의 사냥에 잡아 먹히는 인간도 있었을 것이다. 엘즈미어는 인간과 동물이 서로의 세계를 넘나들며 공존하던 섬이었다. 엘즈미어에 거대한 변화가 찾아왔다. 산업혁명 이후일 것이다. 지구 곳곳의 에너지 사용률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공장, 전기, 자동차 등이 생겨났고 지구는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했다. 엘즈미어의 주민들과 동물들은 가만히 앉아서 시대의 변화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빙하가 녹기 시작한 것이다. 북극곰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많게는 6십만 평방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엘즈미어 섬에 먹이가 떨어지면 꽁꽁 얼은 바다를 건너 그린란드로 이동한다. 그러나 지구가 더워지면서 바다가 한 겨울이 되도록 여전히 파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북극곰과 북극늑대에게 겨울의 파도는 낭만이 아니다. 어쩌면 죽음을 뜻하는 일이다. 빙하가 녹고 해협 얼음 속에 숨어있던 섬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또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엘즈미어 주변을 둘러싼 각 나라의 영토분쟁. 주변 자원과 어장을 쟁탈하기 위해 국가간 분쟁이 일어났다. 엘즈미어 주변 바다의 어획량은 세계 어획량에 37%에 달할 만큼 엄청나다. 게다가 숨겨진 지하자원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이토록 피 터지는 싸움이 날 수 밖에. 다만, 그 싸움의 중심에 원래 땅 주인이 쏙 빠진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북극곰과 북극늑대는 하루아침에 집 잃은 신세가 됐다. 햇볕에 따스해진 돌을 손이 움켜 잡듯, 하루의 처음 몇 시간 동안 의식은 세계를 움켜잡을 수 있다. 스웨덴 시인 트란스트뢰메르 「서곡」중에서 북위 59° 35'해를 사랑한 사람들 스톡홀름ㅣ스웨덴 햇빛은 인간의 감정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햇빛이 좋은 날이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우중충한 날이면 속절없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결국 인간도 자연 환경이 낳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은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 햇빛은 인간의 감정을 조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양식을 바꿔놓기도 한다. 햇빛에 의해 감정이 휘둘리고 삶이 변하는 도시가 있다. 해를 사랑하는 스톡홀름이다. 북위 59도35분. 스톡홀름의 겨울은 한없이 어두운 시간이 지속된다. 햇빛은 스톡홀름 사람들이 하루를 계획하는 기준이다. 스톡홀름의 보통 직장인들 대부분은 오후 3-4시 사이에 퇴근한다. 퇴근 시간 기준은 햇빛이다. 오후 6시면 해가 모두 지는 겨울에도 잠시나마 자유롭게 햇빛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 이른바, 일조권을 보장받는 것. 스톡홀름이 가구와 인테리어로 유명해진 것도 햇빛과 관련이 있다. 밤이 긴 겨울이면 친구들을 만날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집으로 초대하는 문화가 발달한 것. 스톡홀름 사람에게 집 인테리어는 타인에게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다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오랜 어두움에 지친 감정 상태를 가지고도 기꺼이 시간을 함께 보낼 만큼 가까운 관계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톡홀름의 여름은 부지런히 햇빛을 충전하는 시간이다. 호수나 공원을 찾아가 겨울이면 한참을 그리워할 햇빛을 온몸으로 저장해 둔다.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먹이를 먹어 두는 곰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해가 보이는 곳으로 몰려든다. 우스갯소리로 햇빛을 충분히 받은 여름 스톡홀름 사람은 모든 일에 관대해진다고 하기도 한다. 그만큼 기분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스톡홀름 사람들은 해를 무척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감정을 이처럼 휘저어 놓을 수 있고,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사랑이다. 그러니 스톡홀름은 그 어느 도시보다 해를 사랑하는 도시다. 글│아트래블 편집부사진│아트래블 편집부 artravel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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